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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주소 ㉴ 동영상황금성 ㉴╁ 46.ren749.top ┾영화 ‘바람이 전하는 말’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1985)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길이 기억될 노래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내레이션과 철학적 가사 내용, 후반부 폭발하는 후렴구 등 극적인 구성은 기존 가요의 상식을 파괴했다. 이 노래 뒤에는 작곡가 김희갑과 작사가 양인자라는 한국 대중음악을 지켜온 두 사람의 세월이 있다.
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이 전하는 말’은 3천여곡을 남긴 국민 작곡가 김희갑, 그리고 그의 반려인이자 영원한 파트너 양인자의 삶을 따라간다. 이자소득자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비롯해 ‘열정’(혜은이, 1985), ‘알고 싶어요’(이선희, 1986), 뮤지컬 ‘명성황후’의 ‘백성이여 일어나라’(1995)까지 한 시대를 지탱한 노래들이 두 사람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양희 감독이 10년에 걸쳐 완성한 이 작품은 두 사람의 인생을 통해 한국 대중가요의 황금기를 다시 써내려간다.

디딤돌 답지

영화 ‘바람이 전하는 말’ 스틸컷. 양인자(왼쪽)와 김희갑. 판씨네마 제공


1936년 평양에서 태어난 김희갑은 1·4후퇴 때 남한으로 내려와 대구에서 접시를 닦으며 생계를 이어갔다. 전화선을 벗겨 만든 쇠줄로 기타를 연습했고, 고등학생 시절 미8군 대환대출조건은행 밴드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전쟁의 잔해 속에서도 소리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 소년은 훗날 미8군 무대 ‘에이 원’ 밴드의 마스터로 성장한다. 그 무렵 신중현·이봉조·길옥윤과 함께 한국 대중음악의 초석을 쌓았던 그는 대중이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 가장 먼저 감지하던 연주자였다.
영화는 이 젊은 기타리스트가 어떻게 국민 작곡가로 변모했는지를 국민은행등록금대출 세밀하게 보여준다. ‘바닷가의 추억’(키보이스. 1969)에서 ‘진정 난 몰랐네’(임희숙, 1969), ‘사랑의 미로’(최진희, 1984), ‘타타타’(김국환, 1991)로 이어지는 멜로디의 흐름은 단순한 히트곡 나열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한 정서의 변화를 반영하는 일기장 같다. 임진모 평론가가 “김희갑·양인자는 대중음악의 상식을 만든 사람들”이라 평한 대연동 롯데캐슬레전드 분양가 것도 그 때문이다.



영화 ‘바람이 전하는 말’에 출연한 가수 조용필. 판씨네마 제공


양인자와의 만남은 김희갑의 인생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 가사를 읽으며 “정이 통했다”고 말한 두 사람은 각각 마흔이 넘은 1985년 결혼했다. 함께 만든 첫 걸작이 바로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다. 790자에 이르는 파격적 분량의 가사는 인간의 고독과 존엄을 동시에 품었고, 조용필은 “이런 발상이 가능하다는 게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향수’는 10개월의 작업 끝에 완성됐고, 뮤지컬 ‘명성황후’ 노래는 의뢰받고 5년을 독학한 끝에 탄생했다. 노랫말이 서사로, 멜로디가 역사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영화는 음악의 탄생 과정을 단순한 추억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스튜디오에서 기타를 쥔 김희갑의 손, 분재를 가꾸며 “자연이 만드는 소리가 악기”라고 말하는 장면, 후배들에게 “죽을 힘으로 호흡을 밀어라”라고 다그치던 기억들이 차분히 이어진다. “10분이라도 매일 연습해야 겨우 현상 유지”라는 그의 말처럼, 영화는 한 예술가의 일상을 노동의 리듬으로 기록한다. 음악이란 결국 미친 듯이 반복되는 습관 위에 피어나는 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 ‘바람이 전하는 말’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흥미로운 것은, 이 다큐가 부부의 러브스토리를 감상적으로 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복잡하게 기억하는 것보다 잊을 건 잊는 게 낫다”는 인생의 철학을 조용히 비춘다. 김희갑이 뇌경색 이후 기억과 판단이 희미해지는 모습도 카메라는 담담히 바라본다. 그 안에는 연민보다 존경이 있다. 여전히 기타를 잡고 음을 더듬는 손끝은, 삶이 멈춰도 음악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영화의 중심은 결국 ‘품격’이다. 조용필, 양희은, 최진희, 장사익 등 동시대를 노래한 가수들의 증언이 더해지며, 한 작곡가의 개인사가 한국 대중음악사의 집단 초상으로 확장된다. 그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김희갑은 단순한 히트곡 메이커가 아니라 “대중음악의 품격을 수호한 사람”이었다.



영화 ‘바람이 전하는 말’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양 감독의 연출은 절제돼 있다. 설명보다 소리를 믿고, 인터뷰보다 음악의 잔향을 따라간다. 극장 스피커를 통해 다시 울리는 그의 선율은 노스텔지어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감정으로 되살아난다. 그래서 ‘바람이 전하는 말’은 과거를 추억하는 영화가 아니라, 오늘의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좋은 노래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그리고 그 노래를 만든 사람들은 무엇을 남기는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